함월산 백양사 새 주지 묵암 지선스님은 '한없이 부족한 소승이지만 전임 주지 스님들의 신심과 원력, 하심과 공심을 본받아 친절하고 따뜻한 부처님 도량이 되도록 정진하겠다'는 취임포부를 밝혔다. =이수화 기자함월산 백양사 새 주지 묵암 지선스님은 "한없이 부족한 소승이지만 전임 주지 스님들의 신심과 원력, 하심과 공심을 본받아 친절하고 따뜻한 부처님 도량이 되도록 정진하겠다"는 취임포부를 밝혔다. =이수화 기자

지난 31일 울산 중구 함월산 백양사 대웅전으로 오르고 있는 주지 묵암 지선 스님. 이수화 기자지난 31일 울산 중구 함월산 백양사 대웅전으로 오르고 있는 주지 묵암 지선 스님. 이수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함월산 백양사에 묵암 지선스님이 최근 새 주지로 취임했다.
지난달 31일 백양사 경내에서 만난 지선스님은 시종일관 평온한 얼굴과 엄숙한 어조였다. 스님은 "친절하고 따뜻한 부처님 도량이 되도록 정진하겠다"는 취임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백양사는 울산 대표 사찰인데 소임에 부담은 없는지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통도사 말사 함월산 백양사는 신라 고승 백양선사께서 국태민안과 백성들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창건한 유서 깊은 고찰로 천년 넘게 부처님 법향이 가득한 세월을 이어왔지요. 지난 30년간 저는 일상이 풀 뽑고 농사짓는 일, 그야말로 늘 '수행'이었어요. 백양사로 오기 위해 아마도 30년간 두메산골 충북 괴산 금봉산 자락에서 '예행연습'을 한듯해요. 한없이 부족한 소승이지만 전임 주지 스님들의 신심과 원력, 하심과 공심을 본받아 정진하겠단 마음뿐입니다.

- 두 달여 백양사에서 지내 보니 어떤지요?

△ 47년 전에 은사이신 벽안큰스님을 모시고 백양사에 와서 하룻밤 자고 간 인연이 있습니다. 이렇게 47년이 지난 후에 백양사에서 주지 소임을 맡으니, 감회가 아주 깊습니다. 봉정암 등 전국의 큰 절에 가면 한가지 소원을 꼭 이뤄준다는 얘길 하곤 하지요. 백양사에 와보니 각종 봉투나 축원문, 홍보물에 '백 가지 소원이 이루어지는, 백양사'라고 쓰여 있어 진짜일까 생각했어요. 두 달 정도 머물러 보니 이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실감해요. 하나하나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단순히 포교하고 덕담하는 표현이 아니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열심히 기도하면 마음먹은 대로 다 이뤄지는 천년고찰, 백양사입니다.

- 교계에서 친화력과 열정이 가득한 스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열정이 주특기예요. 영축총림 통도사 말사로서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님과 통도사 현덕 주지 스님을 위시해 여러 산중 스님의 말씀을 새겨들어 하심으로 공심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열정으로 주지 소임을 다하고 싶어요.

- 취임식에서 많은 불자에게 '헌시'로 감동을 줬는데….

△9월 초였을 거예요. 문득 맑은 하늘을 보고 지은 한시인데 정식 주지로 소임을 맡게 되면 모든 신도분께 이 시를 낭송해 드려야겠다고 다짐했어요. 14살에 출가해 여러 어른 스님께 한문을 배웠고, 산중에 살며 일상 속 생각을 담아 시를 끄적거린 것이 취미가 됐지요. 전문작가가 보면 웃을 것 같아 내놓기가 부끄러울 뿐입니다. (지선스님은 한국아동문학회를 통해 정식 등단한 작가로, (사)한국아동문학회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매년 <아동문학예술>을 통해 동시를 발표하고 있다)

-한시집「화림산책」을 출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한시로 풀어봤어요. 그래서 부제가 '스님이 한시로 들려주는 소소한 삶의 이야기'예요. 한 두수 짓다 보니 많이 모아져서 번역하고, 주를 달고, 직접 컴퓨터로 다 쳤죠. 작년에 4판까지 찍고 올해 26수를 더해 356수로 된 증보판 1쇄를 발간했는데 증보판은 아직 신도들에겐 선보이진 못했어요.

- 태화문화센터의 원만한 건립에 많은 이들이 관심있습니다.

△ 전임 주지이신 산옹 스님이 시작하셨고, 내년 4월 말 준공 예정이에요. 기대처럼 건립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해 울산시민과 백양사를 찾아주는 신도들에게 휴식과 충전을 할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선물해 드리고 싶어요.

- 울산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백양사는 울산 지역 35만 불자님의 신심과 원력에 일조하는 따뜻한 도량, 친절한 부처님 도량, 기도·수행·전법에 열정을 다하는 도량이 되도록 정진하겠습니다. 부처님 정법이 울산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울산시민들이 따뜻하고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

백양사 법회에서 법문을 하고 있는 지선스님백양사 법회에서 법문을 하고 있는 지선스님

이른 아침 백양사 백양조사 부도탑 뒤에서 바라본 일출이른 아침 백양사 백양조사 부도탑 뒤에서 바라본 일출